장르/게임

에디웨일런 단문

가또쇼콜라 2018. 11. 7. 16:15

2015.06.12




※ 고어 주의




탁이라기엔 둔탁하고퍽이라기엔 가벼운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천장까지 타고 올라가 온 주방 안을 울렸다다시 같은 소리가 나자 피가 터져 나와 도마 아래까지 흘러내렸지만 에디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오히려 뚝뚝 떨어지는 피에 제 검지를 갖다 대어 묻은 피를 혀로 맛보기까지 했다입맛을 다신 에디가 잘라낸 웨일런의 목을 꼭 끌어안자 이미 앞치마에 버석하게 말라붙어있던 핏자국 위로 새로운 피가 번져갔다.

 

"그러고 보면 달링은 캠코더를 들고 다녔었죠이번엔 달링 눈으로 직접 보는게 어때요캠코더는 멋이 없잖아요녹색을 띠는 물체들이라니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지네요."

 

가까운 싱크대 쪽에 웨일런의 머리를 내려놓은 에디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검지로 슬슬 펴주었다꽤 시간이 걸렸지만 웨일런의 표정이 조금은 평온해졌을 즈음 뭉툭한 손끝은 웨일런의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그대로 밑까지 내려와 뺨을 어루만졌다조금씩 딱딱해지고 있었지마는 웨일런이 눈을 감을 일은 이제 다시는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져 에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무릎을 굽혀 크게 뜨여진 눈과 시선을 맞춰 빤히 바라보던 에디는 웨일런의 코끝에 쪽 입술을 맞추고는 일어서서 도마 쪽으로 돌아갔다언제까지고 그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분명 웨일런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며 에디는 칼을 들어올렸다.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목을 잘라내고 배를 가른다상하기 좋은 내장을 먼저 제거한다입맛대로 잘라 조리한다.

 

심장과 자궁이라 부르고픈 무언가를 빼낸 에디는 웨일런의 목옆에 나란히 두었다사실 지금 당장 먹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테지만 식사는 가족과 다함께 먹기로 정한 이상 그걸 어길 수는 없어 에디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자궁을 소중하다는 듯 쓰다듬은 에디는 다른 장기들을 버렸다피 비린내가 죽음의 냄새와 한껏 섞여 콧속으로 잔뜩 들어오고 있었다웨일런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겠지만.

간단한 정리를 끝낸 에디는 칼로 살코기를 내려치기 시작했다경쾌하게 일정한 리듬을 타는 둔탁한 소리가 날 때마다 고기가 잘려나가 붉고 하얀 단면이 보였지만 에디는 콧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메뉴를 말 안했네요스프를 만들 거예요고기 스튜 말예요달링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좋겠어요아이를 가지려면 건강해야 할 테고.”

 

잘라낸 살코기의 피부를 벗겨낸 에디는 먹기 좋을 만큼의 크기로 자르고 냄비에 그것을 모두 넣었다거기서부턴 스프를 만드는 레시피대로시간이 지날수록 고기가 익어갔고 스프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뜨겁게 타오르는 불 아래에서 맛있게 끓여지는 스프와 피어오르는 냄새야말로 행복한 가정의 냄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적어도 에디는 그렇게 생각했다이내 불을 끈 에디가 스프를 가볍게 한 숟갈 떠서 맛을 보자 사랑이 담뿍 담겼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한 맛이 느껴졌다이보다 완벽할 순 없을 것이었다만족스럽게 웃은 에디는 웨일런의 목이 있는 곳으로 가 그의 양 볼을 소중히 잡아들어 올리곤 한쪽 팔로 끌어안았다굳은 피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다 됐어요달링배고프죠우선 맛부터 보는 게 좋겠어요식사는 그 다음에.”

 

국자에 스튜를 잔뜩 푼 에디는 입김을 가볍게 연달아 불어 김이 펄펄 나는 그것을 식혔다고기와 함께 핏기름이 둥둥 떠 있는 것은 꽤나 기괴해 보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웨일런은 그것을 볼 수 없었다에디는 웨일런의 입가에 국자를 가져다댔지만 움직일 수 없는 혀는 스프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고 입 밖으로 흘렸다피로 잔뜩 얼룩졌던 앞치마엔 다시 새로운 자국이 생겼다.

 

"맛있게 먹어요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