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특촬

고다이치 단문

가또쇼콜라 2018. 11. 8. 01:23

2017.01.13




※스포, 날조 주의






고다이 유스케가 우리 앞에서 모습을 감춘 지 2개월가량 지났을 즈음, 나는 갑작스러운 감정인지 뭔지 모를 마음으로 제라늄이 심어진 화분을 집 안에 들여놨다. 경시청 사람들과 대화하던 중 어쩌다 식물 얘기가 나왔을 때 그 얘기를 하자 사람들은 모두 "이치죠, 자네가?" 라고 말하며 놀라워했다. 화분의 값을 지불한 직후의 나 또한 놀랐으니 그럴 법 하다 생각했다.

막 화분을 사서 집에 돌아온 직후, 어렸을 적 집 안에 있었던 식물을 떠올리며 창가에 화분을 내려놓자 화사함이 하나 덧붙여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옅은 붉은빛의 제라늄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무채색 속에서 시선을 빼앗는 강렬한 색은 창밖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언제나 아름다울 듯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집 주인에게 이야기를 듣기를, 제라늄의 꽃말은 신실한 애정이라고 했다. 화분을 사기 전에는 이름도 꽃말도 몰랐으니 묘한 우연이라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틀 정도는 제라늄을 방치했지만 그대로 시드는 걸 보기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책을 찾아가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미확인 생명체들이 모두 쓰러졌더라도 언제나 어디서나 사건이 벌어지는 건 매한가지였으니 잠을 자는 시간이 조금 더 줄어버렸지만 특별히 더 피곤한 건 아니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생각보다는 간단한 덕도 있었다. 실내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 추위와 과습을 피하고 건조하게 키울 것. 물 주는 간격은 일정하게 유지하기. 관리만 잘 해주면 사시사철 그대로인 식물이라는 것 등. 봄이 지나도록 창가의 제라늄은 옅은 붉은 빛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나는 어째서인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꽃이 피어있을 때마다, 꽃을 볼 때마다. 같은 색에 자꾸만 연상되어서였을까.


[이런 녀석들 때문에…더 이상 누군가 눈물 흘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모두가 계속 웃을 수 있길 바라요! 그러니까 지켜봐주세요! 저의 변신!]


린트의 전사. 미확인 생명체 4호. 불타는 교회에서 고다이가 변신하던 그 순간. 그리고 많은 것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항상 떠올리는 것들과 미확인 생명체들에 관한 파일을 보면 다시 생각나는 것들. 고다이 유스케.

갑자기 시야가 아찔해져 나도 모르게 엄지와 중지로 이마를 짚었다. 눈을 감았다 떠서 본 창밖엔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새까만 거리가 있었다. 어느새 새벽 3시가 지났음을 자각하고는 손을 내밀어 꽃잎을 가볍게 건드리자 연약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하며 생각했다. 손끝에 밀려온 것은 그리움이었을까, 고다이의 마음이었을까.

꿈을 꾸었다. 고다이가 맑은 사파이어 빛 해변 가를 걷고 있던 꿈이었다. 어디쯤에 있을 곳인지 전혀 감은 잡히지 않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그곳에서 고다이는 아이들에게 저글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부 웃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날 생겼던 잠깐의 대기 시간이었다. 어째서인지 옥상으로 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 동료가 준 커피를 마다하고는 복도로 나와 계단을 올랐다. 문은 닫혀있었지만 잠겨있지는 않았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이었다. 철조망 근처에 서자 조금은 따뜻한 점심 공기가 느껴져 깊게 심호흡을 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있었다. 시야를 위로 향하다 밤에 꾼 꿈을 떠올리곤 이어서 생각했다. 예전의 언젠가, 고다이는 모든 사람들의 미소를 지키게 된다면 다시 여행을 떠날 거라고 말했었다. 0호와의 마지막 싸움이 끝나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자신의 미소는 다시 되찾게 되었을까. 꿈속에서처럼 알지 못하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있을까.

나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겠지. 고다이를 알던 모든 사람들처럼. 그러면 고다이는?

눈을 다시 감았다. 번쩍이는 푸른 빛 속에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웃는 고다이가 있었다. 문득, 푸른빛 제라늄을 경시청에 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