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뮤지컬

[살리모차] 착각

가또쇼콜라 2018. 11. 7. 15:59

2013.06.02

플로살리x미켈모차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몸이 아래로 추락하려 하고 있었다. 발이 떨어지기 직전의 찰나의 순간, 살리에리는 간신히 모차르트의 손목을 잡아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모차르트, 위험하잖습니까!”

 

살리에리가 외쳤지만 모차르트는 못 알아듣기라도 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살리에리에게 잡힌 손목을 보다가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살리에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멈춤. 모차르트가 여전히 크게 뜬 눈으로 멍하니 있자 살리에리는 한 번 더 모차르트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제야 모차르트도 난간에서 멀어진 상태가 되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목숨을 소중히 하지 못할망정.”

 

이젠 안전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자 살리에리는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는 최대한 진정하려 하며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에 화난 기가 조금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시선을 제대로 맞추자 모차르트의 눈은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입은 다물려 있었기에 대답을 하기 어려운가 싶어 기다리려 했는데, 모차르트의 한 쪽 입 꼬리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해 살리에리는 뭔가 싶었다. 잠시 자각을 못하다가 표정이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오자 이내 하나의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그래요?”

 

명백한 비웃음의 표정.

그 시선은 어느새 살리에리의 왼쪽 손으로 가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손목 쪽에.

오싹했다. 시선이 마치 자신을 찌르기라도 하는 것 같아 살리에리는 저도 모르게 슬며시 팔소매를 내렸다. 손목에 새겨져있던 붉은 색의 잔해들이 소매 그림자에 삼켜지자 모차르트는 날카롭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져요.”

 

오른손의 검지가 살리에리의 손목을 가리켰다. 살리에리가 저도 모르게 왼손으로 주먹을 쥐자 모차르트는 여전히 비웃는 낯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들고 있던 오른손을 떨어트렸다.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어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비웃던 표정이 지워지고, 살리에리를 똑바로 쳐다보던 눈이 슬픈 빛을 띠었다가 금세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변했다. 그제야 모차르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굳은 살리에리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던 모차르트는 하, 하고 한숨을 뱉어내듯 웃었다. 이번엔 자조적인 느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모차르트는 고개를 옆으로 꺾고 삐딱한 시선으로 살리에리를 보며 말했다.

 

“거봐요, 마에스트로. 내가 그랬잖아요…당신은 몰랐겠지.”

 

아무 말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모차르트를 쳐다보는 살리에리를 앞으로 한 채 모차르트는 천천히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다시 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뻗은 손이 난간에 닿았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하시는군요,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빠른 걸음으로 금세 모차르트 앞까지 오더니 난간에 닿으려던 손을 확 잡아챈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차르트는 벙찐 표정으로 살리에리를 쳐다봤고 살리에리는 잡아챈 모차르트의 손목을 꽉 쥐었다 놓더니 그대로 두 팔을 들어 모차르트를 힘껏 껴안았다. 아주 힘껏. 안겨진 모차르트의 어깨가 으스러질 정도로, 옷 너머로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정도로, 안은 사람의 존재를 너무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모차르트가 입술을 달싹였다. …마에스트로? 망설이는 말투, 살리에리가 대답이 없자 조금 더 목소리가 커졌다. 살리에리. 이름이 불리자 그제야 살리에리는 말했다. 힘껏 껴안은 팔의 힘은 여전히, 조금도 풀지 않은 채로.

 

“저는,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