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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게임

[리즈막시] 생각

가또쇼콜라 2019. 9. 3. 00:11

막시무스 칸토어는 생각에 잠겨있는 일이 많았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로는 그랬다.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을 타인들이 멋대로 오해하고 있는 것 뿐이었지만, 당연하게도 해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니까 남들에게는 오늘도 막시무스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니, 편리하지만 번거롭고 불편해.'


노을 지는 하늘 아래, 훈련장의 적당한 구석 나무쪽에 앉아 정보를 취득하고 엔지니어들의 동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려던 막시무스는 문득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식당에 있을 시간이니 당연했다. 건물 밖에 있는 본인을, 이 장소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단절된 개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연결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우리들.


"막시무스? 뭐 해?"


그런 지점에서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주 당연하게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말을 걸만한 사람은 아주 한정되어 있었기에, 누구인지를 추려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낯익은 형태가 보였다.


"쉬는 중?"


역광을 받았던 인영에 이내 색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빛바랜 금발이 석양을 받아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막시무스는 문득 눈이 부시다고 생각하며 한쪽 팔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막 들어올렸던 손을 내린 리즈의 모습을 확인하며 역시, 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았다.


"…그래."

"저녁은?"

"먹고 나온 거야."


거짓말이었다. 한 끼 정도는 걸러도 당장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언행이었다. 하지만 진실인지를 의심할만큼 심각한 사안도 아니었기 때문에, 리즈는 고개를 끄덕이고 막시무스의 옆에 편하게 앉았다.


"조금 있다 갈게. "


활동을 하며 누군가 만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막시무스도 예상한 바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말이 없는 자신과는 함께 있으려는 사람이 보통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조율하고 유지하려는 리즈도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판단해서 도출해낸 결과가 틀리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막시무스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나도 가끔은 말없이 쉬는 시간이 필요해서. 아니면 방해되는 건가?"

"……."


말문이 막힌 것 또한 금방이었지만 리즈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지나갔다. 막시무스는 저도 모르게 리즈와 눈을 피했다.


"상관… 없어."

"나도 조용히 있을게. 불편하면 말해줘."


막시무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이후부터 이어진 것은 막을 내리는 커튼처럼 내려온 정적이었다. 식당쪽에서 계속해서 들렸던 웅성거리는 말소리들과 건물 안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엔지니어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거의 저문 해는 존재했음을 증명하듯 지평선에 붉은 흔적만을 남긴 채였다.

막시무스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생각을 했다. 해야할 활동은 결국 전부 끝냈으나, 엄밀히 따지면 옆에 리즈가 있었던 것 자체가 방해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거절하지 못한 자신과 리즈의 존재를 확연히 느낌에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문득 옆을 돌아보면 리즈는 나무에 편하게 등을 기대서 눈을 감고 있었다. 막시무스는 리즈가 선잠에 든 것인지, 아니면 단지 쉬고 있는 것 뿐인지 가늠해보려다 그만두었다. 이미 한 번 예상이 틀린 인물이라면 더 기간을 두어 관찰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말을 해야만 안다는 건,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역시 편리하군.'


막시무스의 존재 의의와 목적은 절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 그럼에도 연결되지 않았기에 굳이 말로 표현을 해야 함을 가끔은 수고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음을, 표면상의 정적을 유지할 수 있음을 막시무스는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것이 리즈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서였는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는 본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당장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막시무스는 리즈를 따라 눈을 감았다. 그를 관찰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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