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케이xㅁ의신 평소와 같은 시각이었으므로 그 후의 일 또한 같았어야 했을 테지만, 오늘따라 들려오는 발걸음의 메아리가 흐트러져있었다. 의신은 한쪽 발을 조금 끄는 듯한 저 소리를 많이 들어봤기에 무슨 의미인지, 동시에 그럴 리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의문을 품은 의신은 빠르게 걸어가 문을 열어 젖혔다. "케이?" 잠시 멈칫했던 인영은 불빛 아래로 들어와 의신을 빤히 마주했다. 사람이라기보단 검은 귀신에 가까운 언제나처럼의 케이였으나, 묘한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의신은 안경을 끼고 턱을 오른손으로 괸 채 케이의 주변을 천천히 빙글빙글 돌았다. "의, 신?" 케이가 더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에 빠진 의신에게 케이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 들렸음에 반사적..
※동빅 기반, 스포 주의※논컾. 정말 빅터만 나오는 단문입니다. [나는 북극으로 간다. 인간이 없는... 날 죽이고 싶다면 지옥과도 같은 추위를 견디고 와.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수많은 죽음과 셀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상에 서있던 것은 앙리 뒤프레였다. 아니, 괴물이라고 불러야만 할 존재가.달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반투명한 흰색의 커튼이 바람을 따라 힘차게 흔들리던 그 날 밤엔 줄리아가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운명조차 그의 사랑스러움을 보면 한 순간이라도 눈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괴물은 그러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거쳐 결국 나와 룽게, 숙부님, 누나에 이어 줄리아에까지 손길을 뻗쳤다. 나는 방관해야만 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2013.06.03 플로살리x미켈모차 1.너무나 아름답다 못해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멜로디가 살리에리가 연주하고 있는 피아노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느릿하게 눌려지는 건반들과 눌릴 때마다 가늘게 떨며 음을 토해내는 피아노 안의 현들, 부드럽게 밟혀지는 페달. 살리에리는 그 모든 감촉들을 하나하나 느끼며 아까부터 웃고 있던 입 꼬리를 더욱 위로 끌어당겼다. 매우 만족스러워 보이는 듯 한 웃음이 살리에리의 얼굴에 번지고, 동시에 흐르던 눈물의 양이 더욱 더 많아지고……살리에리가 속삭였다. “라크리모사.” 2.마침내 숨이 끊어진 모차르트가 붉은 빛의 소파 위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을 지나치리라만치 창백했고, 아름다웠다. 살리에리는 그제야 목을 조르던 손을 뗐지만 아직도 조르던 목의 온기가 손에 남아있는..
2013.06.02플로살리x미켈모차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몸이 아래로 추락하려 하고 있었다. 발이 떨어지기 직전의 찰나의 순간, 살리에리는 간신히 모차르트의 손목을 잡아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모차르트, 위험하잖습니까!” 살리에리가 외쳤지만 모차르트는 못 알아듣기라도 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살리에리에게 잡힌 손목을 보다가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살리에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멈춤. 모차르트가 여전히 크게 뜬 눈으로 멍하니 있자 살리에리는 한 번 더 모차르트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제야 모차르트도 난간에서 멀어진 상태가 되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목숨을 소중히 하지 못할망정.” 이젠 안전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자 살리에리는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는 최대한 진정하려 하며 입을 ..
2013.06.01플로살리x미켈모차 오스트리아, 빈에는 간만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추적추적하고 기분 나쁘게 내리는 비가 아닌 산뜻한 오후의 부슬비,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를 가느다랗고 작은 빗방울들 사이에 살리에리는 너무나도 그다운 검은색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접혀진 화려한 붉은 빛의 우산은 오른손에 쥐고, 붉은색과 흰색의 장미들이 만개한 녹색의 정원을 시선으로만 한 바퀴 빙 둘러본 살리에리는 이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은 채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모차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자 그제야 모차르트는 살리에리를 발견한 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에스트로!” 금세 살리에리에게로 달려온 모차르트에게선 비 냄새가 훅 끼..
2013.05.26플로살리x미켈모차 “마에스트로, 손이…뜨거워요.” 목이 졸리면서도, 기침을 하면서도, 숨을 간신히 내뱉으면서도 모차르트는 그런 말을 했다. 그는 도대체-무슨 상황인지나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쇄골 사이의 움푹 팬 부분을 누르고 있는 두 개의 엄지, 목을 휘어잡고 있는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 내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는데도 그는 그런 말을 했다! 기침과 말이 뒤섞여 자세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기에 엄지에 가하던 힘을 조금 풀자 기침을 연신 하던 모차르트는 드디어 말을 진정이 된 건지 슬프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에, 스트로에게…열기란, 불,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그건, 아닌, 모양이었네요…뜨거워요, 마에스트로…” 그 말에 난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했..
2013.05.19플로살리x미켈모차 피아노 위, 경쾌하게 춤을 추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뭔가 이상한데, 이런 일은 (저가 알기론) 드문 일이었기에 살리에리는 의문을 품고 갑자기 연주를 멈춘 모차르트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같았다. 평소처럼 모차르트는 ‘마에스트로, 오늘 마에스트로를 위한 곡이 갑자기 생각나서 한 번 작곡해 봤어요. 들어주세요!’ 라고 하며 발랄하게 뛰어 들어왔고 그 말에 살리에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들어오라고 했다. 도대체가 부끄러움이란 없는 듯한 솔직한 모습에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냥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말을 해도 ‘하지만 마에스트로 그건 마에스트로가 너무 도덕적이라 그런 걸요.’ 라고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저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