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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뮤지컬

[살리모차] 부슬비

가또쇼콜라 2018. 11. 7. 15:56

2013.06.01

플로살리x미켈모차




오스트리아, 빈에는 간만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추적추적하고 기분 나쁘게 내리는 비가 아닌 산뜻한 오후의 부슬비,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를 가느다랗고 작은 빗방울들 사이에 살리에리는 너무나도 그다운 검은색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접혀진 화려한 붉은 빛의 우산은 오른손에 쥐고, 붉은색과 흰색의 장미들이 만개한 녹색의 정원을 시선으로만 한 바퀴 빙 둘러본 살리에리는 이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은 채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모차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자 그제야 모차르트는 살리에리를 발견한 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에스트로!”

 

금세 살리에리에게로 달려온 모차르트에게선 비 냄새가 훅 끼쳐왔다. 부슬비인데도 비 냄새가 날 정도면, 옷과 머리가 저렇게 젖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밖에 오래 있었던 건지. 살리에리는 한숨을 쉬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붉은색의 우산을 모차르트에게 건네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모차르트의 동작이 더 빨랐다. 과장스러운 신사의 동작으로 오른쪽 다리를 내밀고 허리를 굽힌 채 고개만 들어 살리에리와 시선을 맞춘 모차르트는 등 뒤로 가있던 오른쪽 손을 살리에리를 향해 폈다. 내밀어진 팔 끝 엄지와 검지는 장미꽃을 잡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맺힌 붉은 빛의 장미꽃.

 

“이것 좀 보세요! 장미꽃 위에도 부슬부슬한 빗방울들이 잔뜩 맺혔어요. 아름답지 않나요? 빗방울들이 정원과 함께 교향곡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왼팔은 옆으로 쭉 펴진 채, 손바닥은 하늘을 향해 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왼손바닥 위로, 팔위로, 온몸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들. 대체 뒷감당은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살리에리는 자신이 쓰고 있던 검은색 우산을 앞으로 내밀어 모차르트가 비를 맞지 않게 했다. 갑자기 씌워진 우산과, 그로 인해 생겨난 그림자에 모차르트는 살짝 놀란 듯 위를 바라봤다가 하하 웃으며 하고 있던 과장된 포즈를 멈추고 똑바로 섰다.

 

“역시 마에스트로답네요. 우산조차도 검은색이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모차르트, 그러다 감기 걸립니다.”

 

걱정하는 말에도 모차르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입 꼬리가 올라간 걸로 모자라 눈웃음까지 지은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들고 있던 장미꽃을 살리에리의 오른쪽 귓가에 꽂아주었다.

 

“검은색 일색이면 너무 어두워 보이잖아요. 포인트 컬러를 넣어줘야 해요. 이렇게.”

“모, 모차르트!”

 

당황한 듯 붉어진 살리에리의 귀를 본 모차르트는 쾌활하게 웃었다. 잘 어울려요, 마에스트로! 그리고 이어지는 단순한 음색을 가진 스캣. 아무 뜻도 의미도 없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항상 살리에리가 말하듯 아름다운 음색을 띄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살리에리를 쳐다본 모차르트는 스캣을 멈추지 않은 채 살리에리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말했지만 모차르트는 개의치 않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아직도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 끌려가려 버티던 살리에리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을 때 저항을 순간 멈췄고 그때를 틈타 모차르트는 한 번 더 살리에리를 끌어당겼다. 어어, 하는 사이에 살리에리가 쥐고 있던 검은색의 우산과 붉은색의 우산이 떨어지고 그대로 비의 세계로 살리에리는 끌려왔다. 살리에리가 다시 모차르트! 라고 외치자 그제야 잡고 있던 팔을 놓은 모차르트는 한 발짝 뒤로 물러가 지휘하듯 손을 과장되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지휘봉을 쥔 모양새의 손이 4분의 4박자를 연주하고, 그에 스캣이 4분의 4박자를 따라가고 하늘을 바라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돈 모차르트는 다시 살리에리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한순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살리에리는 생각했다. 마치 뮤즈가 현신하기라도 한 것 마냥.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스캣이 끝나자 모차르트는 다시 살리에리에게로 갔다. 어땠어요, 마에스트로? 천진하게 묻는 그 모습에 살리에리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는 왼손으로 모차르트의 머리를 툭툭 쳐주었다. 손바닥에 닿는 흠뻑 젖은 머리칼의 감촉이 묘했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그 감상이나 칭찬의 말을 해주는 대신 아까부터 했어야 했던 말을 입으로 꺼냈다.

 

“안으로 돌아갑시다,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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