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과 아파보일 수 있는 표현 주의... 라고는 쓰고 있으나 사실 가늠이 잘 안 돼서 모르겠습니다... 근데 유혈은 확실히 있습니다. ※시점은 5부 엔딩 이후... 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미스타, 당신의 생명력은 정말…." 회빛 돌길의 갈라진 틈새 사이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검붉은 피 줄기가 느릿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피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보면 건물 벽이 파괴된 만큼을 몸뚱아리로 채우겠다는 양 깊숙히 쳐박혀 주저앉아 있는 귀도 미스타가 있었고, 그 앞에는 막 한쪽 무릎을 꿇고 시야를 맞추는 죠르노 죠바나가 있었다. "새삼스럽긴…칭찬 안 해도 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 기운은 남아있나 보군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미스타의 가늘어진 목소리와 거친 숨 사이로 피가 끓는 소리가 섞여들고..
파티가 열리지 않는 여느 때의 평화로운 방과 후였다. 기숙사의 복도를 걷던 트레이가 창으로 힐끗 시선을 주면 청보라 빛부터 시작해 붉은 빛으로 점점 떨어져 내리는, 진한 노란빛이 사이사이로 쌓인 그런 하늘이 있었다.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만한 풍경에 트레이 또한 감상에 잠깐이나마 젖으려던 찰나였다. 불쑥 등 뒤에서부터 손길이 다가왔다. 오른쪽 어깨에 손이 얹히는데도 트레이는 당황하지 않고 옆을 돌아볼 뿐이었다. "아, 트레이군. 쿠키 만들다 왔구나~." 자연스럽게 다가온 케이터는 시선을 개의치 않고 팔을 트레이의 등에 걸친 채로 몸을 붙였다. 케이터의 얼굴이 트레이의 승모근께에 기울여지면,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드문드문 간지럽혔다. 동시에 케이터가 숨을 들이키고 있는 감각에 트레이가 조금 웃었다. "그냥..
"아, 여기다. 트레이군, 내가 말했던 요즘 마지카메에서 뜨고 있는 카페. 바다 테마의 디저트가 인기래." "저건 수족관인가? 작긴 해도, 도시에선 흔치 않은 풍경이군." "분위기는 중요하니까. 특히 SNS 저격용 카페라면 말이야." 케이터가 유리문을 당기면 위에 달린 고래 모양의 종이 흔들리며 딸랑, 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트레이가 테마에 충실한 카페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푸른 빛이 눈에 띄었다. 은은한 파란색 그라데이션의 벽에 장식되어있는 작은 수족관들. 그 안의 화려한 물고기들. 진주알같은 조명. 색색의 원형 테이블과 전체적으로 조개 모양을 한 소파 형태의 의자. 하나둘씩 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확실히 한 번 정도는 와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네...
허공을 산뜻하게 내려온 페르소나 카드를 손으로 쥐면 사탕같이 얇은 유리막이 한순간에 부서졌다. 맑은 파열음, 그와 동시에 소환되는 이자나기라는 이름의 인격의 갑옷은 일련의 행동을 취했다. 쉐도우에게 소유자의 정의처럼 청명하고 푸른 전격이 내리꽂히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명인지 무엇인지 모를 소리가 바람처럼 새어나왔다. "어." 쉐도우를 물리치고, 바람에 날아가는 먼지더미처럼 형체를 잃어가는 것 사이에서 작은 보석을 찾아내고, 뒤돌아선 던전 안쪽에서의 여느 때.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요스케였다. "파트너, 여기." 유우가 돌아보자 요스케는 말 대신 검지로 뺨을 가리켰다. 그것을 지표로 해서 손끝으로 더듬더듬 뺨을 눌러보면 조금 따끔해서 유우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눈을 찡그렸다. 빠르게 손을 뗐지만 아직 까..
※C루트 스포 주의※표현 주의※이걸 도윤규혁이라고 할 수 있느냐와는 또 별개로 저는 진짜로 캐릭터들을 사랑합니다. . . . . .※이건 주의는 아니고 미리보기에 본문 내용 나오는걸 막기 위해 무언가 쓰는 중 왜 규혁이 형이야? 어째서 ■■■■으로 나타난 거냐고…!…네가 바랐으니까. 그래서 ■■■인 거야.내가… 바랐기 때문, 이라고?■■■■■■ 네 마음에 따라 현신했어. 도윤이 끝내 다다른 폐허의 지하에는 규혁이 있었다. 언제나와 다르게 등을 돌린 모습이었다. 이상현상과 공포 자체에 좀먹혀들어가던 도윤은 그것만으로도 큰 불안을 느꼈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글자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어 정성스레 발음하는 것보다는 생각이 뇌 표면에 떠오르는게 훨씬 빨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자 어쩌면 ..
별빛은 암막 커튼이 내려진 세상 위에 부숴진 채로 떨어져내리고, 바람은 살랑이며 촛불을 가볍게 흔들고 갔다. 그런 밤이었다. 달은 없었으나 광원이 있다면 책을 못 읽을 것도 없었기에 쵸지는 잔잔한 밤의 공기를 간간히 종이 넘기는 소리로 쪼개고 있었다. 최초의 이변은 소리였다. "쵸지! 나 왔어!" 방 문을 드륵 여는 소리는 목소리보다도 작았으나 역광 속의 인영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밀고 있던 손을 거둬냈다. 고개를 돌린 쵸지가 잠시 시야를 정리하느라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온전히 떠보면 앞에는 코헤이타가 있었다. 지나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익숙했지만 세세한 형태는 안타깝게도 익숙하지 못했다. 쵸지가 중얼거렸다. "…코헤이타, 머리가." 머리카락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 잔뜩 엉킨 실뭉치의 ..
한낮에 내리쬐는 햇빛은 뜨거웠다. 간혹가다 불어오는 바람은 묘하게 습한 감각으로 피부에 달라붙어서 시원함조차 느끼지 못했다. 비록 불을 다루는 능력이 생겼다고는 하나 이전까지 살아왔던 리즈의 삶에는 피가 조금 더 가까웠기 때문에 내성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리즈가 더위를 느끼고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었다.합동 훈련 중의 휴식시간,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여러 목소리들이 공기중에 섞여 웅성대듯 울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제복의 단추를 열어두거나 손부채질을 하는 둥 모습들은 비슷한데도 소리만큼은 제각각 다른 것이었다. 길게 숨을 내뱉은 리즈는 걸려오는 말들을 적당히 상대하며 찬 물병을 손으로 쥐었다. 피부로, 너머 아래로 전해지는 냉기에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
※맥스가 자폭합니다. 표현 주의. 마디마다 연결된 부위의 틈새 사이로 퍼져나오는 눈부시고 노란 빛은 이내 맥스의 온몸을 감쌌다. 그를 지켜보는 리즈는 이후의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강요가 아니었고 마지막 몬스터의 토벌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곤 해도, 눈이 찌푸려지는 것 만큼은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곳이 성유계인 것과 그가 오토마타였다는 것을 배제하더라도 그랬다.잠깐의 고요 이후의 폭발. 한순간에 터져나온 불꽃과 연기가 방사형으로 흩어지면서 앞에 있던 식시귀를 탐욕스럽게 감쌌다. 몬스터는 비명과 함께 불타서 사라져가고, 파편과 조각들이 열풍과 함께 흩날렸다. 지시자를 뒤에 두고 보호하듯 팔을 뻗고 있던 리즈는 무언가가 자신의 장화 앞부분을 친 것을 느끼고 시선을 내렸다.아마도 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