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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과 아파보일 수 있는 표현 주의... 라고는 쓰고 있으나 사실 가늠이 잘 안 돼서 모르겠습니다... 근데 유혈은 확실히 있습니다.
※시점은 5부 엔딩 이후... 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미스타, 당신의 생명력은 정말…."
회빛 돌길의 갈라진 틈새 사이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검붉은 피 줄기가 느릿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피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보면 건물 벽이 파괴된 만큼을 몸뚱아리로 채우겠다는 양 깊숙히 쳐박혀 주저앉아 있는 귀도 미스타가 있었고, 그 앞에는 막 한쪽 무릎을 꿇고 시야를 맞추는 죠르노 죠바나가 있었다.
"새삼스럽긴…칭찬 안 해도 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 기운은 남아있나 보군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미스타의 가늘어진 목소리와 거친 숨 사이로 피가 끓는 소리가 섞여들고 있는 걸 듣고 있노라면 충분히 위험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치명상까진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죠르노는 미스타의 전신을 대강 눈으로 흝었다. 어쩌면 익숙한 총상과 타박상이 눈에 박혀들었다. 부상 입은 곳들 근처의 이미 굳은 피 부스러기는 새로운 피가 꿀럭이며 흘려보내고 있었다. 벽이 움푹 패여서 나뭇가지같은 실금이 뻗어져나올 정도의 힘으로 사람이 던져졌으니 아마 늑골도 부서졌으리라고 결론을 내린 죠르노는 생각을 더 이어가는 대신 바로 복부 근처의 총상 위로 손을 얹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을 터였다. 당연히 습격과 싸움이 포함된 얘기였다. 다만 이번엔 스탠드 유저가 끼어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치열한 싸움 끝에 상황은 일단락됐으나 미스타는 중상을 입었고, 죠르노 또한 가볍지만은 않은 부상을 입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죠르노와 골드 익스피리언스의 몸 주변을 감돌던 황금빛의 아우라가 미스타에게로 연결되자 기묘하게도 관통되지 못 하고 미스타의 육체에 박혀있던, 생명을 깎아먹던 탄환이 오히려 그의 생명으로 변했다. 이를 악문 신음소리와 거친 움직임이 길게 이어졌으나 죠르노는 지그시 미스타의 배를 누를 뿐이었다. 평소보다 차가운 온도였다. 당연하게도.
"그래도 평소보단 조용하시네요."
죠르노는 안타까움과 흥미를 생각의 천칭에 둔 채로 중얼거렸다. 천칭은 안타까움 쪽에 조금 더 쏠려 있었다.
"완전, 녹초야……."
"당신은 가끔 너무 무모해요."
처음부터 다친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메워진 상처들을 보며 죠르노는 손을 뗐다. 그러나 탄환이 완전히 관통됐기 때문에 아직 남아있는 상처가 있었다.
"…미스타."
죠르노가 이름을 부르자 식은 땀에 젖은 채로 가쁜 호흡을 하던 미스타가 시선을 살짝 올렸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죠르노는 미스타의 양 팔을 잡고 조심스럽게 벽에서 꺼냈다. 벽돌 가루가 떨어지고 바닥에 흩어지는 소리가 사르륵 귀를 파고들었다. 죠르노가 다른 잔해를 피해 천천히 바닥에 뉘이자 갑작스레 빛나는 하늘이 들어오는 것이 눈부신 듯 미스타는 눈을 찡그렸다. 그 위로 죠르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나를 믿나요?"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죠르노의 얼굴엔 역광이 졌음에도 눈에서 나는 빛만큼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 언젠가 봤던,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뒤섞여있는 청록빛이었다. 생각이 미스타의 뇌를 거치기도 전에 대답이 나왔다.
"허사인… 질문을."
그럴 상황은 아니었지만, 죠르노는 짧게 웃었다.
"아시겠지만, 저는 정식 의사가 아니에요."
새삼스러운 소리를 하며 죠르노는 자신의 주머니 안을 뒤졌다. 금세 날카로운 형태의 물체 하나가 딸려나왔다.
"스탠드 능력을 사용해서 육체를 복구시키는 것은 현대 의학 치료의 정석적인 방법도 아니죠."
시야가 조금 흐릿해지기 시작해, 미스타는 형체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양 눈에 가볍게 힘을 줬다. 손바닥의 반만한 크기에 끝이 날카로운 은색의 물체였다. 답은 간단했다.
"……메스?"
"정답이에요."
칼날 부분을 아래로 둔 채로 죠르노는 메스의 위치를 옮겼다. 왼쪽 외복사근 근처, 아직 복구되지 않은 미스타의 총상 위였다.
"이걸 부품으로 사용할 겁니다."
"의사 흉내라도, 내고 싶은…거냐?"
죠르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메스를 일반적인 방법처럼 쥐지 않고 우악스럽게 주먹으로 쥐고 있었다. 다음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미스타는 반항하지 않고 메스의 끝을 주시할 뿐이었다. 잠깐의 정적 사이, 죠르노는 힘차면서도 정교하게 총상에 메스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외쳤다.
"골드 익스피리언스!"
새로운 피가 흩뿌려졌다. 동시에 미스타의 몸도, 잇새로 새어나오는 비명소리도 스파크처럼 튀었다. 죠르노는 뻣뻣하게 경직된 몸 위에 다시 손을 올렸다. 다시금 황금빛 아우라가 미스타의 몸으로 연결됐다. 형체를 잃고 육체에 녹아드는 무기질의 물체가 생명을 지닌 세포 조직으로 변해갔다. 분열한 것은 근육 줄기를 잇고 지방을 채우고 신경을 새로 만드는 둥, 파괴된 것을 메워냈다.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나는 생명. 끊어진 것이 다시 이어지는 기묘한 감각. 동시에 생명은 절대 상냥하지 않다는 듯 몰아치는 격통의 파도. 미스타의 고개가 확 숙여졌다. 힘이 잔뜩 들어가 각진 손가락이 끝이 돌바닥을 긁으려 해, 죠르노는 다른 쪽 손으로 미스타의 손을 깍지껴 쥐었다. 살덩이 틈새로 날카로운 손톱이 파고들었다.
"……어쩌면 당신을 복구하는 건, 앞으로도 저였다면 좋겠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한숨처럼 튀어나온 말이었으나 죠르노는 고통에 젖어있던 미스타가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가늠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무언가 변할 것을 기대하며 내뱉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메스가 온전히 미스타의 육체와 하나가 된 것을 확인한 죠르노는 손을 떼고 골드 익스피리언스를 거뒀다. 점차 이완되어가는 미스타의 상체를 일으키고 팔을 어깨 위에 둘러서 천천히 일어서자 어느샌가부터 안정된 호흡이 귀를 통해 들어왔다.
"걸을 수 있죠?"
미스타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짧게 긍정의 답을 했다. 죠르노는 그런 미스타를 일부러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부축해줄게요. …돌아가죠, 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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