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과 아파보일 수 있는 표현 주의... 라고는 쓰고 있으나 사실 가늠이 잘 안 돼서 모르겠습니다... 근데 유혈은 확실히 있습니다. ※시점은 5부 엔딩 이후... 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미스타, 당신의 생명력은 정말…." 회빛 돌길의 갈라진 틈새 사이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검붉은 피 줄기가 느릿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피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보면 건물 벽이 파괴된 만큼을 몸뚱아리로 채우겠다는 양 깊숙히 쳐박혀 주저앉아 있는 귀도 미스타가 있었고, 그 앞에는 막 한쪽 무릎을 꿇고 시야를 맞추는 죠르노 죠바나가 있었다. "새삼스럽긴…칭찬 안 해도 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 기운은 남아있나 보군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미스타의 가늘어진 목소리와 거친 숨 사이로 피가 끓는 소리가 섞여들고..
별빛은 암막 커튼이 내려진 세상 위에 부숴진 채로 떨어져내리고, 바람은 살랑이며 촛불을 가볍게 흔들고 갔다. 그런 밤이었다. 달은 없었으나 광원이 있다면 책을 못 읽을 것도 없었기에 쵸지는 잔잔한 밤의 공기를 간간히 종이 넘기는 소리로 쪼개고 있었다. 최초의 이변은 소리였다. "쵸지! 나 왔어!" 방 문을 드륵 여는 소리는 목소리보다도 작았으나 역광 속의 인영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밀고 있던 손을 거둬냈다. 고개를 돌린 쵸지가 잠시 시야를 정리하느라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온전히 떠보면 앞에는 코헤이타가 있었다. 지나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익숙했지만 세세한 형태는 안타깝게도 익숙하지 못했다. 쵸지가 중얼거렸다. "…코헤이타, 머리가." 머리카락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 잔뜩 엉킨 실뭉치의 ..
2015.05.27※죠죠 온리전에서 판매했던 원고입니다. 재판할 계획이 아예 없기 때문에 웹공개합니다.※현대 대학생/하나하키 AU 그들, 시저와 죠셉이 대학을 다니던 3학년 때의 여름이었다.꽃을 토해내던 죠셉의 동기가 있었다. 보라색의 각시붓꽃. 길거리에 떨어져 있던 꽃이 하도 예뻐서 저도 모르게 주운 적이 있었는데 그러고 몇 시간 후부터 꽃을 토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죠셉이 슬쩍 물으니 동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얼굴을 슬쩍 붉힐 뿐이었다.동기는 며칠에 한 번씩 불규칙적으로 꽃을 토해냈다. 토해내기 전엔 심장이 저릿거리고 토기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동기는 화장실로 달려가 괴로운 소리를 한바탕 낸 다음 옷에 꽃잎을 잔뜩 달곤 화장실에서 나오곤 했다..
2013.12.07 달이 수면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물 속으로 가라앉아 가면서도 기분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사부로는 생각했다. 다만 조금 추울 뿐이었다. 자신이 라이조를 만나기 전처럼.주위는 검었다. 검고 푸른 물 속. 자신이 계속 가라앉는 것은 아마 자신이 가진 날표창들 덕일 것이었다. 그것이 그렇게 무거웠던가? 이렇게 끝없이 가라앉을 정도로. 아니, 사실 끝없이 가라앉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이 강은 그리 깊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갖고 있던 가면들의 무게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은 무기들. 혹은, 혹은…그게 무슨 상관이야. 자조하듯 웃은 사부로는 공기방울을 내뱉었다. 공기방울은 달을 향해 뽀글뽀글 올라가 터져서 사라졌다. 자신이 있어야 할..
2013.11.11 1.“본즈, 본즈…여기 있는 거 맞지? 그렇지?” 또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덜덜 떨리던 손이 필사적으로 본즈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항상 맑게 빛나던 봄베이 사파이어빛 눈동자가 눈물로 흐려진 걸 보며 본즈는 쓰게 입 꼬리를 일그러뜨렸다. 멍청한 본즈. 멍청한 꼬맹이. 2.메디컬 베이에서, 커크는 언젠가 본즈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다. 있지, 난 항상 바다가 보고 싶었어. 너무도 뜬금없는 이야기였기에 본즈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냐고 묻자 커크는 책상에 팔꿈치를 대어 턱을 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어릴 때 말이야. 어머니가 새아버지에게 학대당한 후에, 그 때마다 어머니는 아버지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아주 가끔 내 눈을 보고 속삭였었어. ‘네 눈에는 바다가 깃들..
2013.10.03 1.딕이 보기에 데미안은 아직 너무 어렸다. 아무리 브루스와 탈리아의 DNA를 사용해 만들어진 클론이면서 어쌔신이자 로빈이라지만 딕의 눈에 데미안은 고작 10살짜리 어린애일 뿐이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도) 브루스를 많이 닮은.그렇다보니 조금씩 더 신경써주고 싶은 부분이 존재했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 꼬마 로빈은 딕이 위해주는 행동이 죄다 마음에 들지 않던 모양이여서, 방에서 브루스에게 남길 간단한 편지를 쓰던 어느 날은 문득 한숨을 쉬고 말았다.가령 어느 날의 저녁은 그랬다. 알프레드가 저녁준비를 하는 것을 딕이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치즈와 채소가 들어간 오믈렛이 있는 걸 보고 장식을 자신이 해도 되느냐고 물었었다. 친절한 집사는 흔쾌히 수락했고 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