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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루트 스포 주의
※표현 주의
※이걸 도윤규혁이라고 할 수 있느냐와는 또 별개로 저는 진짜로 캐릭터들을 사랑합니다. . . . . .
※이건 주의는 아니고 미리보기에 본문 내용 나오는걸 막기 위해 무언가 쓰는 중
왜 규혁이 형이야? 어째서 ■■■■으로 나타난 거냐고…!
…네가 바랐으니까. 그래서 ■■■인 거야.
내가… 바랐기 때문, 이라고?
■■■■■■ 네 마음에 따라 현신했어.
도윤이 끝내 다다른 폐허의 지하에는 규혁이 있었다. 언제나와 다르게 등을 돌린 모습이었다. 이상현상과 공포 자체에 좀먹혀들어가던 도윤은 그것만으로도 큰 불안을 느꼈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글자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어 정성스레 발음하는 것보다는 생각이 뇌 표면에 떠오르는게 훨씬 빨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자 어쩌면 인간, 혹은 생명 자체에 새겨진 낙인과도 같은 생각일지도 몰랐다.
알고자 하는 것. 사랑받고자 하는 것. 이를 가속시켰던 경험. 도윤은 저도 모르게 이미 잔재만 남은 생각의 파편을 파도에 실어 전부 쓸어냈다. 규혁을 향해 가며 무언가 옷깃을 잡는 것도 다리를 쥐는 것도 손이 스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른 생각을 인식할 틈 따윈 전혀 없었다. 도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쪽을…봐."
도윤의 목덜미에 다시 무언가의 손이 닿았다.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단순히 머리가 어지러운 걸지도 몰랐다. 물리적으로 머리거죽 안에 박하잎이 잔뜩 쑤셔박혀 있을 수도 있었다. 자신과 자신이 분리된 듯한 감각. 그럼에도 주변은 고요했다. 도윤의 말소리만이 지하 곳곳에 닿고 또 닿았다.
"적어도, 웃어…."
생각이 머리를 일직선으로 관통한 듯 흘렀다. 와중에도 먼지처럼 아래로 사르륵 내려와 쌓이는 문장은 단 하나였다. 도윤은 쌓여가던 문장을 전부 뭉쳐내듯 입 밖으로 강하게 내뱉었다. 손이 규혁의 어깨에 닿은 것과, 규혁이 돌아보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
그리고 땅에 몸이 쳐박혔다. 아프진 않았다. 등의 무게에 짓눌리는 손들이 딱딱했을 뿐이었다.
"한■■."
어느새 몸 위에 올라타 앉은 그것은 무감정하게 웃는 얼굴로 도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회전하는 시야에 어지러움과 아픔을 동시에 느낄 때에는 몰랐지만 그는 언젠가부터 도윤의 목을 오른손으로 쥐고 있었다. 표피 위로 가볍게 짓눌리는 손가락 끝의 형태가 어쩐지 흐리게 느껴졌다.
그것은 오른손 마디마디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
"이거 놔…!"
우습게도 그 때문에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잠식됐다가, 깨어나면서, 조금씩 늪 속으로. 도윤은 몸부림치며 그것의 손을 꽉 쥐었다. 온 몸의 감각이 멀게 느껴졌다. 그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다른 손도 도윤의 목 위에 얹었다. 엄지를 모아 기도를 누르기 시작했다.
"네가 ■■ 거라고 했■아."
"무슨,"
"우리가 바랐고 너도 바랐어. 배신자는 찢■ 죽■■고."
"아냐, 나는…."
도윤이 간신히 대답을 하는 중에도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적당히 두껍고 촘촘히 목에 휘감긴 악의가 괴로웠다. 머리에 피가 몰려 열이 달아오르는 와중에도 피부와 근육 사이, 근육과 뼈 사이, 세포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것 같은 소름과 한기가 도윤을 괴롭혔다. 온 몸에 닿아있는 투박하고 거친 무언가의 손들이 도윤의 사지와 마디와 관절을 꽉 쥐었다.
마치 쥐어 짜이는 느낌이었다.
"……제발……."
도윤은 헐떡이며 기침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이 까맣게 점멸해가고 있었다. 풍경에 박힌 것 같은 까만색 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도윤의 시야를 방해했다. 그럼에도 흐리게 눈에 들어오는 그것의 얼굴만은 역설적이게도 선명했다. 그것이 배 위에 앉아있는 무게도, 닿아있는 감각도, 떨어져내리는 머리카락도 뭐 하나 생생한 것이 없는데도 소름 끼칠 정도로 환하게 웃는 입 만큼은 눈알 위에 새겨지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구의 음각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도윤은 마지막으로 기침을 뱉었다.
암전.
ㅡ
도윤이 정신을 차린 곳은 병실의 침대 위였다. 이불을 걷어보면 그의 하체 쪽에 오렌지색 햇빛이 네모낳게 내리쬐고 있었고, 옆에는 규혁이 언제나와 같은 따스한 미소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체를 일으킨 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였어?"
"아직. 그래도 금방 찾아내겠지."
평소와 같은 풍경. 분위기. 대화. 이상한 것은 없다. 평화로운 난색의 풍경이, 조금씩 불타며 재가 흩날리듯이 사라졌다.
"갈고리에 목을 걸어둘 거야. 배부터 가를 거야."
"물론 네가 할 거야. 아니…."
그것이 잠깐 뜸을 들였다. 회색의 무너진 콘크리트 풍경. 살벌하게 빈 분위기. 살의가 가득한 대화. 이상한 것은 없다.
"우리가." "그래."
그것은 동시에 웃었다.
이상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