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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게임

[하나주] 천연

가또쇼콜라 2021. 1. 15. 02:41

허공을 산뜻하게 내려온 페르소나 카드를 손으로 쥐면 사탕같이 얇은 유리막이 한순간에 부서졌다. 맑은 파열음, 그와 동시에 소환되는 이자나기라는 이름의 인격의 갑옷은 일련의 행동을 취했다. 쉐도우에게 소유자의 정의처럼 청명하고 푸른 전격이 내리꽂히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명인지 무엇인지 모를 소리가 바람처럼 새어나왔다.


"어."


쉐도우를 물리치고, 바람에 날아가는 먼지더미처럼 형체를 잃어가는 것 사이에서 작은 보석을 찾아내고, 뒤돌아선 던전 안쪽에서의 여느 때.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요스케였다.


"파트너, 여기."


유우가 돌아보자 요스케는 말 대신 검지로 뺨을 가리켰다. 그것을 지표로 해서 손끝으로 더듬더듬 뺨을 눌러보면 조금 따끔해서 유우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눈을 찡그렸다. 빠르게 손을 뗐지만 아직 까슬한 감촉이 남아있었다.


"괜찮아? 


아무래도 뭔가에 스친 모양이었다. 단어로 특정할 수 없는 건 유우 자신도 요스케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굳이 따져본다면 쉐도우와 싸울 때 정도가 제일 합리적인 결론이었다. 그러나 원인을 알아도 의미는 없었으므로 유우는 금방 생각을 그만뒀다.


"다쳤는지도 몰랐었어."

"엑.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신경쓰는 게 좋지 않겠냐. 우리, 싸우는 거라고."

"그러는 하나무라도 어제 베인 상처를 달고 왔었지."

"그, 그건 일하느라 바빠서 몰랐던 거고, 아무튼간에!"


작은 땀방울을 달고 작은 가방을 뒤적이던 요스케는 이내 안에서 음료수 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요스케를 닮아 따뜻해보이면서도 익숙한 주황빛이 눈에 띄었다.


"리본 나폴린. 마실래? 탄산이라서 그런가, 마시면 피로는 좀 가시는 것 같아서 챙겨다니고 있거든."

"그건 기분상 문제 같은데."

"물론 약 바르는 것보단 못 하겠지만! 당분인데 체력 회복 정도는 효과 있겠지."


그래서 어쩌겠냐는 듯 요스케가 리본 나폴린을 쥔 손을 가볍게 기울였다. 별로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에 유우는 그 위에 자신의 손을 가볍게 겹쳤다.


"고마워, 하나무라."


약간 차가워진 손가락이 사이로 맞닿았다. 가볍게 눌린 살덩이의 촉감에 유우는 문득 요스케의 손이 시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짝 흠칫하는 요스케를 못 본채 그대로 리본 나폴린을 가져간 유우는 뚜껑을 따는 시도를 하는 대신 반대쪽의 손을 내밀었다.


"왜 그래?"

"손 시리지 않아?"

"뭐?"

"마시는 동안 잡아줄게."


안타깝게도 이해를 못 한 것과 손을 잡힌 것이 거의 동시였기 때문에, 요스케는 거의 새된 목소리로 이어지는 기묘한 소리를 냈다. 그러든 말든 유우는 온기가 더 편하게 전해지라는 듯 쥔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뭉그러진 표피를 타고 맥이 뛰었다. 사실 요스케는 도무지 어디서부터 전해지는 박동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너, 너, 갑자기…"

"응?"

"뭐냐고! 천연이라는 거냐?! 아무한테나 이래?!!?"


이번에 이해를 못 한 쪽은 유우였다. 뒤이어 내밀어진 것은 폭탄이었다.


"요스케니까 하는 건데."

"하?"


요스케가 듣기론 그랬다. 그런데도 유우는 평소와 같이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을 한 채였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은 안경 너머의 회색 눈동자를 바라봐도 한층 더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요스케는 한번 더 말했다.


"하?!!?"


그야말로 청춘이었다. 물론 그렇다는 걸 자각한 사람은 둘 중 아무도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


보충하자면... 요스케는 무자각 짝사랑이고 나루카미는 아직 우정인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은... 사실 천연과 천연사이다의 중간쯔음입니다.... 리본 나폴린... 저도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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