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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뮤지컬

[살리모차] 손가락키스

가또쇼콜라 2018. 11. 7. 15:53

2013.05.19

플로살리x미켈모차

 



피아노 위, 경쾌하게 춤을 추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뭔가 이상한데, 이런 일은 (저가 알기론) 드문 일이었기에 살리에리는 의문을 품고 갑자기 연주를 멈춘 모차르트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같았다. 평소처럼 모차르트는 ‘마에스트로, 오늘 마에스트로를 위한 곡이 갑자기 생각나서 한 번 작곡해 봤어요. 들어주세요!’ 라고 하며 발랄하게 뛰어 들어왔고 그 말에 살리에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들어오라고 했다. 도대체가 부끄러움이란 없는 듯한 솔직한 모습에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냥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말을 해도 ‘하지만 마에스트로  그건 마에스트로가 너무 도덕적이라 그런 걸요.’ 라고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저 스스로 신경 안 쓴다는 듯 생각을 없애버렸다가 은연중에 ‘너무’ 도덕적이라니, 난 그냥 평균이라고. 라고 생각해 살리에리는 흠칫 놀라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직접 그의 입에서 나오지도 않은 말에 신경을 쓰는 건지.

무표정하면서도 감정변화가 솔직하게 보이는 살리에리가 재미있었던 건지, 어느새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피아노 의자 위에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제 생각을 들킨 것 같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차르트가 개구쟁이처럼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표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이 아닌데. 하지만 살리에리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고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그 제스쳐에 미묘한 표정을 지은 모차르트는 곧바로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경쾌하게 춤을 추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그냥, 갑자기 떠오른 건데요. 마에스트로는 어째서 애정표현을 해주지 않나요?”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 말에 순간 당황한 살리에리는 굳었다가 이내 의미를 알아차리곤 얼굴이 붉어졌다. 당황도 보통 당황이 아니었기에 얼굴이 붉어진 것도 모자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곤 딱딱하게 소리쳤다.

 

“……모, 모차르트! 그런-”

“그런-이 아니에요. 전 마에스트로를 위해 작곡도 하고 포옹도 하고 키스도 해주고…”

“모차르트!”

 

살리에리의 외침에도 사실인데 뭘 잘못 말했냐는 듯 순수한 눈길로 고개를 갸웃하기에 살리에리는 귀까지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와중에도 거의 반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안도인지 뭔지 모를 한숨을 쉬고 살리에리는 (여전히 붉은 얼굴로) 모차르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모차르트의 얼굴이 금세 부루퉁해졌다.

 

“다가와서 또 설교를 하려고 그러죠. 난 불안해요, 마에스트로. 가끔은 정말 당신이 날 사랑하는지 의문이 든다구요. 내가 다가가도 당신은 항상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요. 마에스트로, 날 정말로 사랑해요?”

 

전혀 생각도 못한 말이 모차르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자 살리에리는 다시 당황했다. 당연했다. 항상 경쾌하며 발랄하게 보이는 그가 사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으려 했으나 모차르트는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어깨를 피했다. 마찬가지로 살리에리를 피해 옆을 보고 있는 시선에 살리에리는 벌써 두 번째의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모차르트.”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부른 적 없던 풀 네임이 살리에리의 입에 담기자 놀란 듯 모차르트는 그제야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살리에리를 바라봤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모차르트의 왼 손 아래에 제 손바닥을 올려놓아, 마치 여성을 에스코트하듯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그 말과 함께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 살리에리의 입술이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마다 닿기 시작하고, 시간을 끄는 것 없이 담백하게 닿았다 떨어지던 입술은 약지와 중지, 검지를 거쳐 이내 엄지까지 와 닿아 엄지손톱 끝을 살짝 입술로 물었다가 놓았다.

곧이어 떨어지는 손과 붉어진 얼굴로 일어선 살리에리, 잠시 벙쪘다가 환하게 웃으며 살리에리, 라고 외치는 모차르트, 팔이 뻗어지며 살리에리의 어깨를 안음과 동시에 맞닿는 두 명의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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