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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기다렸다고, 라이토."
씩 웃은 제트는 라이토를 내려다보며 그의 가슴팍을 밟은 발에 힘을 주었다. 윽, 하는 억눌린 소리가 짧게 터져나오며 제트의 발을 쥐는 미약한 손길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아기새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을 때의 풍압과 무게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제트는 그저 웃음지을 뿐이었다. 이내 제 가슴팍과 무릎이 닿을때까지 허리를 숙인 제트는 라이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제 발을 쥔 손을 잡아 억지로 깍지를 꼈다. 라이토의 손가락은 그것을 거부하듯 쫙 펴져있었지만 제트는 그것조차도 전혀 상관 없다는 듯 손가락을 세워 손톱이 라이토의 살결 새로 파고들게 했다. 다시 짧은 비명이 잇새로 새어나오며 라이토의 몸이 꿈틀 움직였다.
"네 반짝거림은 언제나 그대로군. 심지어 계속 강해지기까지 해. 왤까. 왜라고 생각해?"
고통에 감긴 눈이 반쯤 뜨이며 라이토는 간신히 제트를 마주했지만 시선이 닿았을 때는 한없이 새까만 어둠만이 있을 뿐이였다. 오래 쳐다봤다가는 현기증이 나 자신도 빨려들듯한 착각이 일고 마는, 마치 위험하게 허리를 숙이고 심연 아래를 보는 것마냥. 하지만 라이토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굳센 얼굴로 눈을 마주칠 뿐이였다.
"나에게는…보이니까. 여섯명이 함께해서 너희를 물리치는 승리의 이미지가."
"지금도? 여기에는 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네가 날 쓰러트릴 방법도 없지."
"나는 언제나 친구들을 믿고 있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단한 눈에 제트는 호오,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을 가까이 했다. 코 끝이 서로 닿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져도 라이토는 요지부동이었고 덕분에 제트는 거리낌 없이 그의 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갈색의 눈, 동공 새로 보이는 반짝임이 마치 은하수가 가득한 밤하늘 같아서 제트는 그 언젠가 들었던 노래를 머릿속으로 작게 흥얼거리며 라이토의 눈 바로 아래를 혀 끝으로 꾹꾹 눌렀다. 제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라이토가 흠칫하며 몸을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제트는 전혀 개의치 않아했고, 오히려 가슴팍을 발로 더 꾹 밟아 눌렀다. 그만두라는 소리가 라이토의 입에서 비명처럼 터져나와도 제트는 대답 없이 혀를 더 내밀 뿐이였다. 안구 위로 혀가 가볍게 스치자 반사적으로 이를 꽉 문 라이토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꽤 급하게 돌리느라 바닥에 머리를 박은 듯 쿵 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이제 됐다는 듯 제트는 상체를 반쯤 들어올렸다. 고통스러웠던 듯 핥아진 쪽의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던 라이토를 바라보던 제트는 다시 씩 웃었다. 반달처럼 휘어진 까만 눈이 순간 번뜩이며 보랏빛으로 빛난다 싶더니 순식간에 제트의 온 몸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치의 틈도 없는 고밀도의 검은색 아우라. 간신히 반쯤 뜬 라이토의 눈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그것이 들어오자 라이토는 이유없는 소름돋음과 공허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라이토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릴 듯 일렁이던 아우라는 금세 제트에게 흡수되었고 이내 제트는 이제껏 숫히 봐온, 괴인 같은 어둠의 황제의 모습으로 변하며 라이토의 양 옆에 뼈같은 가시를 쾅 박았다. 총 여덟개, 라이토를 흡수하기 직전이었던 그 때와 같았다. 그릿타가 방해했던 그 때.
"라이토, 난 전부 삼키고 싶어. 네 반짝임 말야. 그릿타의 반짝임과 합쳐지면 굉장할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런다고 너에게 네가 말하는 반짝임은 생기지 않아, 제트. 방법이 틀렸단 말이야!"
"나도 알아."
그래서 삼키려는 거야. 라이토의 귓가에 속삭인 제트는 다시 아까와 같은 어둠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몸 주위만을 돌던 어둠은 이내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라이토 주위에까지 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시가 땅을 끌며 가까워지는 소리, 카가각 하고 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어둠과 함께 라이토의 주변을 에워쌌다. 라이토는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내 결심한듯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제트를 똑바로 마주했다. 초신성, 블랙홀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제일 밝고 크게 폭발하는 별. 아, 내가 봤던 빛이 정말 이 빛은 아니었을런지. 제트는 흡족한 웃음을 짓고는 라이토의 턱 아래에 검지를 대어 들어올렸다.
"이번만큼은 틀렸다고, 네 이미지.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밝게 반짝이고 있어."
"틀리지 않았어, 분명…"
라이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에 닿아온 찬 입술은 무슨 의미였을지, 라이토가 그것을 고민하기도 전에 어둠은 훅 늘어나며 라이토를 넘어서 공간을 전부 에워싸버렸다. 동시에 빛나는 것은 붉은 빛, 제트의 입술 너머로 비명소리를 삼켜버린 라이토는 그릿타보다도 크고 밝은 색의 빛의 기둥을 만들었지만 이내 그것조차도 제트의 어둠에 감싸여 종내는 사라져버렸다. 모든 어둠이 걷히고 제트가 일어섰을 땐 아무도 없었다. 그저 그 공간에 서있는 어둠의 황제 한명이 있을 뿐이였지만 제트는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반짝거림을, 눈 앞에서 점멸하듯 반짝이는 붉은 빛을.
"최고의 반짝거림…드디어 손에 넣었다."
중얼거린 제트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 주먹을 꾹 쥐었다.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머리까지 세차게 두근대는 착각이 이는 것은 그 언젠가 빛을 처음 봤을때 느꼈던 것과도 같았다. 충격에 가까운 그 감정. 제트는 크게 숨을 내쉰 것을 기점으로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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