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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이것 봐, 제트!"
천진한 웃음이 제트를 정면으로 비췄다. 그 뒤, 라이토 뒤로 바로 펼쳐지는 맑은 가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빛나며 따사로운 오렌지빛의 햇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적당히 선선한 날씨까지 합한다면 완벽한 날씨라고 칭하기 부족함이 없을 것이었다. 그런 날에 그들은 함께 있었다. 라이토의 손에 들린 버블건이 쨍하니 빛났다.
"여기, 여기 말야."
방아쇠에 걸린 검지가 그것을 톡톡 두들기다 제트의 손을 잡았다. 잡힌 손에 들린 것은 지나가다 볼 수 있는 흔한 디자인의 용기였다. 비눗방울액이라고 귀여운 글씨로 적힌. 라이토의 나머지 손가락이 제트의 손가락을 만져가며 용기를 제대로 쥐여주고는 검지로 방아쇠를 당기자 버블건의 끝에서 비눗방울이 보글거리는 소릴 내며 둥글게 만들어졌다. 퐁퐁퐁 올라오는 무지개 빛, 순식간에 하늘이 비눗방울로 가득 차올랐다. 어떻냐는듯 뿌듯하게 웃는 얼굴이 다시 제트를 향하고 검지는 방아쇠를 당겼다. 퐁퐁퐁, 표면에 반사된 햇살이 유독 눈부셔 제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제트도 해봐, 자."
제트가 손에 든 용기에서 빠져나온 막대에 고인 거품과 용액이 잔뜩 묻어 미끌거렸지만 라이토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다른 쪽의 손에 쥐여주었다. 맞닿는 뺨이 뜨거웠다. 햇살 때문에 착각을 했을까, 제트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 둥글게 모아진 라이토의 입술에선 가느다란 숨이 흘러나왔다. 보글보글. 그 언젠가 들었던 익숙한 소리.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비눗방울 다발. 바람을 따라 흐르다 터져버리고 말지만 찰나에 가까운 영원의 색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제트는 바로 눈앞에서 번쩍이는 무지개색을 봤다. 오렌지색 하이라이트가 쨍했다. 잔상이 남은 것은 보라색. 라이토가 휘젓는 팔에 비눗방울이 터져나갔다.
"불어보라니까?"
제트가 라이토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어설프게 비눗방울을 불어내니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훅 불어낸 숨에는 비눗방울이 얼마 생기지 않아 제트는 또 한번 막대에 용액을 쳐덕쳐덕 묻혔다. 공기를 가르는 숨소리, 아까보단 나았지만 역시 비눗방울이 몇개 생기다 말았다. 물이라도 뱉는것마냥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용액이 자국을 조금 남기곤 사라지자 라이토는 검지로 제 입술을 가리키며 가느다랗게 바람을 부는 시늉을 해보였다. 한참이나 생각하던 제트는 다시 용액을 묻히고 어설프게 따라했다. 라이토가 불어낸 양만큼은 아니었지만 반 정도는 확실히 생겨나 하늘에 띄워졌다. 둥실거리는 반짝임, 해냈다며 제 일 만큼이나 기뻐하던 라이토가 제트를 끌어안아왔다.
이후로는 비눗방울이 사방에 가득해졌다. 주로 뱉는 것은 제 흥에 취한 라이토의 버블건이었다. 떠나지 않는 웃음소리에 제트는 모든 광경을 눈에 담다가 유독 커다란 비눗방울을 발견하곤 문득 손을 뻗었다.
라이토.
말로 내뱉지 않은 생각은 제트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손 끝에 닿기도 전에 비눗방울은 터져버렸다.
반짝임은 내게 닿지 않아.
제트가 다시 손을 뻗었지만 비눗방울은 닿는 족족 터지기만 할 뿐이었다. 저렇게 아름답게 반짝이는데도.
하지만 라이토.
제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돌아간 시선의 끝엔 라이토가 있었다.
너만은.
천천히 뻗는 발이 어쩐지 무겁다고 생각했다. 제트는 그렇게 느릿하게 라이토를 향해 걸었다.
너만은 내게.
갑자기 다가오는게 이상해 제트? 하고 의문문으로 이름을 불러오는 라이토에게 제트는 말없이 가까이까지 다가가 등을 끌어안았다. 품 안에 꽉 잡히는 감촉과 무게, 부피.
선명히 내 앞에 존재해, 너만이.
비추는 햇살보다 따스한 체온이 눈물나도록 따뜻했다. 비눗방울과는, 반짝임만 있는 것과는 달랐다. 놓치지 않아. 놓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제트는 눈을 감았다. 감은 눈 너머로 보이는 것은 반짝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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