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2 ※ 고어 주의 탁이라기엔 둔탁하고, 퍽이라기엔 가벼운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천장까지 타고 올라가 온 주방 안을 울렸다. 다시 같은 소리가 나자 피가 터져 나와 도마 아래까지 흘러내렸지만 에디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뚝뚝 떨어지는 피에 제 검지를 갖다 대어 묻은 피를 혀로 맛보기까지 했다. 입맛을 다신 에디가 잘라낸 웨일런의 목을 꼭 끌어안자 이미 앞치마에 버석하게 말라붙어있던 핏자국 위로 새로운 피가 번져갔다. "그러고 보면 달링은 캠코더를 들고 다녔었죠. 이번엔 달링 눈으로 직접 보는게 어때요? 캠코더는 멋이 없잖아요. 녹색을 띠는 물체들이라니, 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지네요." 가까운 싱크대 쪽에 웨일런의 머리를 내려놓은 에디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검지로 슬..
2015.06.06 매시브산 정신병원을 빠져나왔지만 평범한 삶에서 겉돌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일즈가 매일 꾸는 꿈이 있었다. 검은 어둠 속에서 모래같기도 하고 진흙 같기도 한 녹색을 띤 검은 것이 마일즈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는 것이었다. 목을 먼저 죄여오는 것은 이내 위로 올라가 귀 속으로 들어가 그 안을 채웠다. 그 다음은 눈 안쪽에서부터 기어올라와 눈물을 흘리듯 그것이 흐르지만 빠져나오며 안을 채워 눈이 새까맣게 가려지고, 코는 물론이고 입 안까지 잔뜩 채워져 결국 몸 속의 장기와 뼈는 어딘가로 사라져 그것으로만 잔뜩 온 몸이 찬 느낌을 갖고 마는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과 불쾌감이 뒤섞인 것은 정말 끔찍하고 괴로웠다. 숨을 쉴수가 없는 불쾌감. 이내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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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9 ※스포주의※동인설정 조금 포함되어있음 배터에게 와 닿는 우울한 눈빛이 있었다. 끊어져버린 플레이어와의 연결고리. 실. 플레이어가 게임을 껐을 때 배터는 죽은 듯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배터의 행동거지는 모두 플레이어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서있었다. 서있기만 했다.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런 배터에게 와 닿는 우울한 눈빛이 있었다. 배터는 제게 느껴지는 시선의 근원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간 끝엔 낯익은 고양이 가면을 쓴 쟈크리가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고 배터는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의 쟈크리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노골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우울한 눈빛이 배터에게 오고 있을 정도였..
2013.12.07 달이 수면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물 속으로 가라앉아 가면서도 기분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사부로는 생각했다. 다만 조금 추울 뿐이었다. 자신이 라이조를 만나기 전처럼.주위는 검었다. 검고 푸른 물 속. 자신이 계속 가라앉는 것은 아마 자신이 가진 날표창들 덕일 것이었다. 그것이 그렇게 무거웠던가? 이렇게 끝없이 가라앉을 정도로. 아니, 사실 끝없이 가라앉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이 강은 그리 깊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갖고 있던 가면들의 무게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은 무기들. 혹은, 혹은…그게 무슨 상관이야. 자조하듯 웃은 사부로는 공기방울을 내뱉었다. 공기방울은 달을 향해 뽀글뽀글 올라가 터져서 사라졌다. 자신이 있어야 할..
2013.11.11 1.“본즈, 본즈…여기 있는 거 맞지? 그렇지?” 또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덜덜 떨리던 손이 필사적으로 본즈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항상 맑게 빛나던 봄베이 사파이어빛 눈동자가 눈물로 흐려진 걸 보며 본즈는 쓰게 입 꼬리를 일그러뜨렸다. 멍청한 본즈. 멍청한 꼬맹이. 2.메디컬 베이에서, 커크는 언젠가 본즈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다. 있지, 난 항상 바다가 보고 싶었어. 너무도 뜬금없는 이야기였기에 본즈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냐고 묻자 커크는 책상에 팔꿈치를 대어 턱을 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어릴 때 말이야. 어머니가 새아버지에게 학대당한 후에, 그 때마다 어머니는 아버지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아주 가끔 내 눈을 보고 속삭였었어. ‘네 눈에는 바다가 깃들..
2013.10.03 1.딕이 보기에 데미안은 아직 너무 어렸다. 아무리 브루스와 탈리아의 DNA를 사용해 만들어진 클론이면서 어쌔신이자 로빈이라지만 딕의 눈에 데미안은 고작 10살짜리 어린애일 뿐이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도) 브루스를 많이 닮은.그렇다보니 조금씩 더 신경써주고 싶은 부분이 존재했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 꼬마 로빈은 딕이 위해주는 행동이 죄다 마음에 들지 않던 모양이여서, 방에서 브루스에게 남길 간단한 편지를 쓰던 어느 날은 문득 한숨을 쉬고 말았다.가령 어느 날의 저녁은 그랬다. 알프레드가 저녁준비를 하는 것을 딕이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치즈와 채소가 들어간 오믈렛이 있는 걸 보고 장식을 자신이 해도 되느냐고 물었었다. 친절한 집사는 흔쾌히 수락했고 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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